본문 바로가기
난임일기

1. 난임시작 (계류유산, 난임 검사, 준비, 배란유도제, 난임진단서, 비용 등)

by 만물상C 2024. 3. 7.

  23년 10월 처음으로 난임병원에 방문했다. 당시 회사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난임휴직이 탈출구처럼 보였던 것도 있었다. 물론 아가 준비가 우선이긴 했지만 그때 당시에는 아기가 왜 생기지 않는지 궁금한 상황이기도 했고, 만 나이도 점점 차오르고 있었고, 난임휴직을 위한 빌드업 겸 집에서 그나마 가까워 다니기가 편한 구로아가온 난임병원에 가기로 했다. 
 

난임병원 가기 전 이야기

첫 임신과 유산

  나는 우선 1회 임신과 유산 경험이 있었다. 20년 코로나시기에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점점 풀리면서 22년 8월에 꿈에 그리던 뉴욕+칸쿤에 다녀왔다. 그 전에는 월경 주기가 7일을 벗어나지 않는 비교적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믿고, 임신가능성이 높은 배란기를 피하면서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다.
  그 신혼여행 때부터 아가를 만들어보자는 짝꿍과의 생각이 맞아 처음 제대로 시기맞춰서 시도를 했는데, 그 때 한방에(?) 아가가 찾아왔다.

다 지우고 버려서 남아있는 게 작디작은 첫 초음파사진 뿐, 오랜만이야 짱짱이.

  생리예정일에 임테기를 해보고 두 줄이 떴고 바로 산부인과에 가서 피검사를 했는데 수치가 낮았다. 그 때 의사쌤 말로는 너무 초반에 온 것 같다고 일주일 후 오라고 했고, 그 후 5일정도 임테기가 진해져서 흔히 말하는 역전 상황이었다. 그렇게 5주차까지 별 문제가 없었지만, 6주차 접어들었을 때 성장이 느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모양도 예쁘고 자리도 좋은 곳에 잡은 것 같다며 늦은 착상 등으로 인해 충분히 그럴 수 있음+그러나 계류유산 가능성도 있을 수 있음을 동시에 들어서 걱정이 많았던 것 같다. 1주 뒤 심장소리 들으러 오라는 말과 안정을 취하라는 말을 듣고 나서는 그 때부터 물도 많이 마시고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다. 배가 엄청 땡기는 느낌이 있었다.
  생리주기로 치면 이미 7주차 중반이지만 성장이 늦어 6주차로 정정된 그 다음주, 남편과 함께 있는데 갈색혈이 살짝 비치기 시작했다. 바로 집 앞 산부인과에 남편과 갔고 아무 문제 없고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왔는데, 누워있다가 화장실을 가니 갈색혈조금이 아닌 새빨간 피가 많이 나오고 있었다.
  병원을 다녀온 뒤 아랫배가 싸했는데 애써 외면하던 유산이 닥쳐온 것임을 직감했고 배는 생리통보다 몇백배 심하게 아파왔다. 그 때가 추석연휴였는데, 내가 다니던 산부인과에 응급당직쌤이 계신 것을 알고 그곳에서 이미 동그란 아가가 없어져버린 빈 화면을 초음파로 확인했다.
  가는 길에 배가 엄청 아프고 피가 쏟아져나왔는데, 그 때 이미 배출된 것 같았다. 다만 자궁 내막이 빠져나와야해서 배출을 도와주는 약을 처방받아 먹으며, 5일 정도는 통증에 많이 힘들었고 짝꿍과 나 모두 슬픔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임신시도 9개월, 생기지 않음

  소파술은 하지 않고 자연유산을 했지만, 몸 회복과 멘탈 회복으로 3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24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스마일배란테스트기도 쓰며 임신을 시도했다. 되겠지, 되겠지.. 하면서 시도했지만 회사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때문인지 배란기 맞춰서 정말 많이 시도했지만 9개월가량 생기지 않았다. 신혼여행 때 한번에 생겨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오래 생기지 않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난임병원에 가다

난임진단을 위한 검사와 결과, 난소 나이?

  남편과 함께 구로아가온 난임병원에 방문했다. 남편은 정액 검사를, 나는 피 검사를 1차로 난임병원에서 실시했고 생리가 끝난 뒤 나팔관검사는 근처 방사선과에서 한 뒤 결과CD를 들고 두번째 방문 때 제출했다. (난임 검사 포스팅 참고 https://a-gathering-place.tistory.com/entry/0-%EB%82%9C%EC%9E%84%EC%9D%BC%EA%B8%B0-%EB%82%9C%EC%9E%84-%EA%B2%80%EC%82%AC-%EC%A0%95%EC%95%A1-%EA%B2%80%EC%82%AC-%EA%B2%B0%EA%B3%BC-%EB%82%9C%EC%86%8C-%EB%82%98%EC%9D%B4-%EB%82%98%ED%8C%94%EA%B4%80-%EA%B2%80%EC%82%AC-%EB%82%98%ED%8C%94%EA%B4%80-%EC%A1%B0%EC%98%81%EC%88%A0 )
 
  남편과 나 둘 다에게 직접적 난임 원인은 없었다. 가장 많다는 원인불명 난임이었다. 아기가 안생기는 그 자체가 난임으로 명명되므로 드러나는 확실한 원인이 없더라도 난임진단서는 쉽게 발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검사 결과에서 그나마 꼬투리잡을 만한 건 나의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였는데, 정상이 4.20까지라면 나는 4.45, 2차 피검때에는 4.09으로 임신이 안될 유의미한 수치는 결코 아니라고 했다.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정상범위라고 볼 수 있었다는 것.
  또 하나, 난소 나이가 내 나이보다 많이 젊었다. 난소 나이가 젊은 게 왜 문제가 될 수 있냐고 물으니, 진짜 건강해서 나온다기 보다는 다낭성난소증후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임신시도 9개월 기간동안 자주 배란초음파를 동네 산부인과에서 봤는데, 한번도 다낭성처럼 보이는 초음파를 본 적이 없었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뭐 알 수는 없는 것이라며...

남편 정액검사, 피검사, 나의 피검사, 나팔관검사 등....

 

적극적이지 않은 자연임신 시도

자연임신 시도 2개월

  그 이후 병원에서는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를 낮추기 위한 초저용량의 약(씬지로이드)을 처방받아 매일 복용했다. 늘 강조하셨던 건, "너가 비정상이라 주는 게 아니야. 낮을수록 임신에 유리하니까 그런거지. 너가 일반인이면 안 먹어도 돼. 너무 걱정하거나 부담갖지 마." 였다. 그리고 배란기 즈음 가서 배란초음파 보기, 날짜를 지정해 주면 맞춰서 숙제하기가 자연임신시도의 전부였다. 

배란유도제 먹으며 임신시도 4개월

  첫 배란유도제는 '클로미펜'이었다. 과배란을 유도하기도 하고, 시기를 정확히 맞출 겸 해서 먹는다고 했다. 배란유도제는 생리 3일차 정도부터 5일간 먹었고, 배란예정일 즈음 병원에 가서 몇 개가 배란 되었는지, 배란일은 언제쯤일지를 보게 된다. 나는 갯수가 많아지진 않고 1개 배란 예정이었으며, 다만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자궁내막 얇아지는 게 보였다. 평소 10mm정도이던 게 7mm밖에 되지 않았다.
  의사쌤은 바로 다른 배란유도제인 '페마라'로 바꾸자고 하셨다. 페마라를 복용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두통이 있다고 했는데, 나는 꽤나 자주 두통에 시달렸던 것 같다. 하지만 클로미펜을 복용할 때처럼 자궁내막이 얇아지는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3개월을 복용하며 시도했지만 아가는 생기지 않았다.
 

난임진단서 발급과 병원 초음파 비용

난임진단서 발급

  난임진단서 발급은 어렵지 않았다. 각종 검사를 모두 마친 상황에서 바로 발급받을 수 있었고, 검사가 꼭 '의무'였던 것은 아니지만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모두 받기를 권장했다. 1년동안 안생겼으면 그냥 바로 난임이었다. 

병원 비용(검사, 초음파 등)

  첫 날 남편의 정액검사와 나의 피검사 등으로 20만원 후반의 비용이 나왔다. 그 이후 나팔관이 막혔는지 알아보는 나팔관검사를 방사선과에서 진행했을 때 6만원 초반의 비용이 청구되었다. 그 이후 임신시도를 지속하면서 난임병원은 한달에 두 번 정도 방문하게 되는데, 생리일+2~3일 후에 가서 초음파를 보며 난소의 상태를 확인하고, 배란예정일 즈음 가서 초음파를 통해 날짜를 받아(?)오게 된다.
  초음파는 한 번 갈 때마다 2만원 후반의 비용을 지출했다. 첫 아가를 가졌을 때 받은 임신바우처 100만원을 이렇게 야금야금 다 쓰게 되었다. 
 

시술에 대한 부부의 결정

  시술까지 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자연임신 시도가 1년이 넘어간 지금 내 나이도 만 35세가 되었기에 우리 부부는 계속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시술에 대한 부부의 생각을 충분히 논의했고, 언젠간 하게 될지도 모를 인공수정과 시험관 수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난임병원에서 듣고 왔다. 아직 시도는 하지 않았지만 짝꿍과 나는 대화를 충분히 나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